글/주절주절

드림 빅

SUKWOO 2008. 9. 6. 12:39




하루 종일 옅은 비가 흐리게 뿌리고 나자, 구월이, 그리고 가을이 섬뻑 다가왔음이 느껴진다. 길게 계속될 것 같던 무더위도 이제 가는구나. 더위와 추위가 갈마들며 계절이 바뀌고 시간은 흐른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지나간 것 같은 이 알 수 없는 찝찔함도 어쩜 이렇게나 한결같다.
 
벅찬 기대감을 안고 가을을 맞이하기엔, 나는 이미 너무나 많은 새로운 가을들을 경험했다. 생각해보면 끊임없이 무언가가 되기 위해 반복적으로 살아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아니 나 말고, 우리 모두가 그랬다. 지금까지는 모두 '대학생 혹은 직장인'이 되고자 했다면, 앞으로는 저마다 '다른 무언가'가 되기 위해 노력하리라는 차이만이 존재할 뿐, 결국 본질은 같다. 무언가 되고자하는 노력이라니, 시시하다. 라깡이었나, 인간은 타인의 욕망을 욕망하며 살아간다고 했던 이가. 나 역시 다르지 않다. 타인의 욕망을 욕망할 뿐이다. 그리고 세상은 너무나도 노골적으로 그것을 종용한다.

그냥 요즘은 좀 피곤하다. 어째 하나같이 노력하는 사람들 뿐이다. '평범한 노력은 노력이 아니다' 라든지 '반드시 성공한다', '토익 만점' 따위의 슬로건들이 난무하는 사적인 공간들을 방문할 때마다 난 조금 답답하다. 그냥 꾸준히 천천히 하면 안 되는 걸까. 그냥 소소하게 기쁘고 즐거우면 큰일이라도 나는 걸까. 다들 성공해야 한다는 압박에 휘둘려 살아가는 듯 보인다. 그런데 내 생각인데, 성공은 '꿈'이랑은 조금 다른 게 아닐까. '꿈'이라는 단어를 성공과 결부시켜도 과연 괜찮은걸까 하는 ..

가끔가다 지나치게 현실적이고 냉혹한 '꿈'을 가진 사람들을 만나면 스산해진다. 나는 '내 꿈은 우리나라 제 1의 CEO가 되는 것, 혹은 몇 살에 얼마를 버는 것' 이라 말 하는 사람들이 안쓰럽다. 그게 다 이 좁은 땅에서 근시안적인 교육을 받고 자란 새마을 운동 세대의 후예이기때문에 가능한 포부이기에.. 좀 괜찮은 꿈(아니 여기서 '괜찮은' 이라는 것의 절대적 혹은 객관적 기준은 당연히 없다. 니체가 말했듯 삶의 방식은 각자 선택하는 것이기에. 단지 그 방식이 자기 스스로 무한대 반복해도 괜찮은 것이라는 게 중요할 뿐), 그러니까 그럴싸한 꿈을 꾸면, 안 될까?

예를 들면, 어디 어디 입사, 어디 어디 합격, 이런 쾨쾨한 '꿈' 말고 ..

어렵구나 어려워.
나 역시 다르지 않지만 그냥 희망사항을 이야기해본거다. 나, 제발 그런 사람이 되지 않기를 바라면서. 정말 서류 통과에 목숨걸고 면접때 거짓말 해가면서 그 일을 위해 태어난 사람인 양, 여기저기 스트레스 발산하고 속으로 침잠하면서 비쩍 말라가는 그런 사람 절대로 되지 않기를 바라면서 다시 되새기는거다. 내 꿈은 단순히 '성공'이 아니라고. 그건 그저 내 광활한 꿈의 여정의 일부일 뿐이라고.  

그리고 또 하나 바란다면, 내 꿈이 현실과 타협해 시들거리며 죽어버리지나 않기를-
현실과 타협하는 게 나쁘진 않지만, 어쩐지 아직은 '타협'이라는 말을 사용할만큼 죽을 노력도 다 해보지 않은 것 같아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