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ment of Romance(천장지구)
천장지구.. 개봉 당시에 아시아에서 폭풍처럼 인기몰이를 했고 홍콩 느와르의 빅 3에 꼽히기에 손색이 없는 영화이다. 오래전부터 한번은 꼭 봐야겠다고 생각 해오다가 한달쯤 전에 DVD 구매했는데 오늘에서야 봤다..
일단 이 영화의 스토리 라인은 매우 단순하고, 냉정하게 말하면 진부하며 신파적이다. 개봉한지 20년이나 지났으니 배우들의 복장이나 배경이 촌스럽기도 하고, 이 영화의 명장면들은 그동안 여러번 리메이크 되어왔기에 2008년을 살아가는 나로서는 '저거 많이 본 장면이잖아'라는 생각도 들고 그다지 감동스럽지 않았다. - 1990년대에 이 영화를 접한 이들은 강한 문화적 충격을 받았을것 같다. -
하지만 영화에 점점 몰입하면서 알 수 없는 마력을 느꼈는데 우선 두 주연의 연기가 너무나 탁월했다. 유덕화는 이런 역할을 맡기 위해서 태어난듯한 착각을 일으킬만큼 열혈남아의 강한 아우라를 풍겼고, 멋진 외모에서 뿜어져 나오는 카리스마도 대단했다. 한때 유덕화가 자신으로 인해 아시아에서 리바이스가 유명해졌다는 오만 섞인 발언을 했는데, 영화를 보니 그런 말이 나올법도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SUZUKI RG500, 리바이스 청바지와 흰색 리복 운동화가 당시에 청소년들 사이에서 얼마나 인기 있는 아이템이었을지 상상이 간다.
그리고 오천련의 외모는 지금껏 보아온 여자들 중에서 가장 순수한 매력을 지니고 있다고 할만큼 청초했다.. 아마 그녀의 외모가 그토록 청순하지 않았다면 감동이 반감 되었을 것이다. 유덕화의 강한 캐릭터에 대비 되어서 더욱 청순가련 해보이는 오천련은 나의 보호본능을 자극하며 영화 속으로 더욱더 빨아들였다. 야화를 향한 그녀의 지고지순한 사랑은 메마른 내 가슴을 뭉클하게 하고, 하마터면 눈물까지 흘릴 뻔했다는거..
이 두명의 캐릭터가 현실에서 존재 할 수 없는 그런 캐릭터였기에 안타까움이 더했다. 죠죠(오천련) 같은 여자는 픽션의 공간에나 존재 할 뿐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엔 그런 여자는 고사하고 순진한척 하면서 남자 뒤통수 치는 쓰레기나 넘쳐날 뿐 - 그 사실을 너무 잘 알아버린 오늘 난 개탄하게 되는거고.. 하긴 여자들 관점에선 야화(유덕화)도 없을테니 쌤쌤인지도 모르겠다. -
연기도 연기였지만 적재적소에서 터져나오는 4개의 OST도 한몫을 한다. 20년전의 작품으로서는 상당한 임팩트를 보여주는 멋진 음악과 연출.. 고전영화이기에 지금으로서는 세련되지 않은 부분도 많지만, 흠을 잡기 보다는 좋은 면만 보고 싶을만큼 매력적인 영화이다.
개인적으로 마음에 드는 명장면이 2개 있는데, 첫번째는 야화가 종이를 불태우며 맥주를 마시는 장면이다. 다른 사람들은 그 장면을 보면서 어떤 느낌을 받았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고독한 남자의 절절한 외로움을 느낄 수 있었다. 예전에 유덕화 처럼 혼자 맥주를 마신 적이 있었는데, 그때 그 순간 만큼은 세상에 나 혼자 남겨진것처럼 지독하게 외로웠었다.- 그때 누군가 날 봤더라도 유덕화처럼 멋있게 보이진 않았을 것임은 확실하다.. -
두번째는 죠죠가 야화에게 밥을 먹여주는 장면이다. 남자가 초라한 몰골로 다락방에서 혼자 밥을 먹고 있는데.. 여자가 알지도 못하는 그곳까지 찾아와서는 밥을 떠먹여 주는데.. 어떤 남자가 눈물을 흘리지 않겠는가. 야화의 얼굴에 묻은 밥풀을 떼어주며 너무나 안타깝게 바라보는 죠죠의 눈빛은 나의 가슴을 사정없이 흔들어 놓았다. 크흑...
아직 보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강력히 추천한다. 꼭 보시라~ 두둥!
인질로 끌려다니던 죠죠는 야화가 자신을 해치려는 줄 알고 도망치다가 쓰러지는데...
이 영화의 백미로 꼽히는 코피 흘리면서 바이크 타는 장면이다.
소지섭이 미사에서 따라했지만, 유덕화 형님의 포스와는 비교도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