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주절주절

조언 이야기 생각

SUKWOO 2009. 9. 28. 02:22






1과 2 사이에서 고민하는 이에게 3을 선택하라고 조언 해주는 사람들은 창의적이거나 당신에게 무관심하거나 둘 중 하나다. 반드시 짜장면과 짬뽕만이 중국 요리집 메뉴의 전부는 아님을 일러준다는 점에서 창의적이지만, 결국 내가 원하던 둘 중 어느 것도 선택할 수 없게 만들었다는 점에서는 무관심한거다. 삼선볶음밥 이야기를 꺼냈다고 해서 그 삼선볶음밥의 값을 내줄 것도 아니잖아. 그러므로 그것은 항상 딜레마다. 두 가지를 놓고 고민하는 자에게 둘 중의 하나를 선택하도록 도와줄 것인가, 아니면 그가 생각하지 못하고 있는 다른 길을 보여줄 것인가. 전적으로 질문을 하는 이와 받는 이의 관계와 신뢰도에 따라 좌우되는 문제이기도 하다. 나로서는 그래도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해주면 좋겠다. 내가 그 이외의 길을 옵션으로 집어 넣지 않은 이유는, 머릿속에 떠오르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어떻게 보면 머릿속에 무의식적으로 떠올리지도 않을 만큼 고려할 필요가 없는 옵션이라는 소리이기도 하니까. 창의적인 것과 무관심한 것은 이렇게나 한 끝 차이다.

많은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 일은 참 소중하다. 책을 통해서 작가의 세계관과 방대한 삶을 흡수할 수 있듯, 누군가의 이야기를 들음으로써 그 사람만이 가지고 있는 지혜와 경험들을 배우게 된다. 같은 상황인데 다르게 행동하는 사람들, 다른 상황인데 같은 행동을 보여주는 사람들, 저마다의 학습된 경험치에 의해 겪어내는 방식이 다르다는 게 놀랍다. 그 수많은 다름들을 경청함으로써 나는 많이 배운다. 그러므로 이야기를 하고 듣는 것은 내게 참 중요한 일이다.

하고 싶은 이야기가 넘쳐나는 사람들이 꼭 있다. 별 거 아닌 사소한 일상인데도 공유하고 싶고 사건에 대한 대답이 궁금하고. 경청하는 자세로 관심을 가져주니 나로서는 무슨 이야기든 하고 싶어지게 마련. 오늘 '다 잘 될 거야, 넌 잘 할거야, 너 하고 싶은대로 하는 거지 뭐,' 이 세 마디의 위험성에 대해 얘기를 좀 나눴었는데 .... 이거, 나도 굉장히 쉽게 뱉곤 했던 말인데 참 미안해지더라. 이야기를 끝까지 듣지도 않고 대강 툭 끊어 정리한 뒤에 그래그래 다 잘될거야 그러니까 걱정말고 우리 짠하자! 며 건배를 권유하는 입은, 때에 따라서 굉장히 오만해 보인다. 그러니까 요점은 잘 듣고, 잘 말하는 것이다.

요즘 같아서는 너무 잡생각이 많아서 뇌를 치간칫솔로 말갛게 씻은 뒤 독한 소독약에 푹 절여서 조그마한 생각 바이러스 조차 박멸한 뒤 다시 집어 넣고 싶다. 도무지 가만히 있질 못하고 제멋대로 뻗어 나가는 이 바퀴벌레같은 번식력의 생각의 확장. 제일 무섭다. 혼자 살아서는 절대 아니 되겠다. 누구든 내 옆에서 나를 간섭하면서 내가 생각하지 못하도록 웃기고 울리고 싸우고 사랑해줘야 한다. 아.. 멋있다...사실 나 뿐 아니라 그 누구에게든 자신을 온전히 사랑해줄 사람이 필요하다. 짝사랑이든 맞사랑이든 사랑은 온갖 것을 꿈꾸게 한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멋진 일이다. 더 나은 사람이 되고자 하는, 너를 위해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주고 싶은, 갖가지 욕망들이 사랑이 뿌리 내려야 비로소 싹 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