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가고파
나 지금 피시방이다.
지금 시간은 열두시 십분을 막 지나고 있다.
난 지금 비에 흠뻑 젖은 발목양말에 하이탑을 신은 채... 무릎까지 젖은 청바지 입고... 인터넷 검색하고 있다.
옆자리에서 와우하는 아저씨의 담배 연기가 쩔지만, 꼭 알아볼 것이 있기에 꾹 참으면서 마우스 질하는 중이다.
"인터넷 정보의 특성은 질이 낮은 정보가 무한대로 복제되는 것이다."라는 어느 미래학자의 의견에 진심으로 공감하면서도, 한줄기 희망을 가지고 검색어 바꿔가면서 열나게 검색하고 있다.
아직 집에 안 들어갔으니 당연히 씻지도 않았고, 비로 샤워한 탓에 너무 찝찝해서 방금 화장실에서 세수하고 입 헹구고 나왔다.
빨리 끝내고 집에 가서 씻고 자야지... 으
지금 가도 되는데 ... 가도 되는데 ... 되는데 ... 지금 가면 망한다.
아마 지금 가서 잠들면 내일 아침에 일어나서 자괴감에 빠질듯.
그리고 오늘 너무 즐겁게 놀아서, 이것마저 안 하고 집에 가서 쉬면은 죄책감 마저 들것 같다.
작년에 기숙사 컴퓨터가 고장나서, 이틀 동안 피시방에서 날새면서 레포트 한 이후로는...
그때 츄리닝에 구두 신고 세수도 안 하고 피시방에서 날 샌다고 소문나서 친구들이 구경 온 이후로는...
꼬질꼬질한 차림으로 피시방에서 컴퓨터 안 하겠다고 다짐했지만 오늘은 선택권이 없다.
집에 들어가서 다시 나온다고 마음 먹고 집에 들어가면... 본능적으로 발 뻗고 누워버릴 것임을 잘 알고 있다.
그래도 오늘은 츄리닝에 구두도 아니고...
그걸 보고 평생 기억하면서 놀릴 친구들은 곁에 없으니...
그나마?
그날그날이 너무나 따분해서
언제나 재미없는 일 뿐이야
사랑을 해보아도 놀이를 해봐도
어쩐지 앞날이 안보이지 뭐야
아 기적이 일어나서 금방 마법처럼
행복이 찾아오면 얼마나 좋을까
이따금은 지름길로 가고파
그럼 안될까
고생은 싫어 그치만 음~
어쩔 수 없지 뭐
어디론가 지름길로 가고파
그럼 안될까
상식이라는 걸 누가 정한거야
정말로 진짜 으음 으으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