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주절주절
어느 밤
SUKWOO
2008. 5. 24. 12:30
나를 붙잡으며 술을 마시자고 했다.
시계를 보니 새벽 2시.
'마셔야하나...'
짧은 고민을 마치고
평소에 혼자서 들르던 bar로 그를 이끌었다.
녀석은 말없이 잔을 건네는 나에게 말문을 열더니
이내 여자친구 얘기를 꺼냈다.
처음 만났을때부터 얼마전에 헤어졌던 일까지..
예전에 내가 누군가에게 했던 말이 떠올랐다.
"힘들지 않은 삶을 살지 않는 사람은 없다."
그 역시 힘들어 하고 있었고, 나는 힘이 되어주고 싶었다.
도움이 될만한 말을 몇마디 하면서 술잔을 기울이는 와중에
그녀가 머리속에서 떠나질 않았다.
보고 싶었고, 목소리가 듣고 싶었다.
시간를 보니 새벽 4시.
'조금 취했나..'
핸드폰을 지그시 눌러서 배터리를 뺐다.
이내 피곤한 기색을 보이는 그에게 일어날 것을 권했고
우리는 돌아서서 각자의 길을 갔다.
돌아가면서 올려다 본 하늘은 여전히 어두웠고, 옷깃을 파고드는 바람은 여느때 보다 차가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