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lation
사람들은 누군가의 삶과 자신의 삶을 비교하기 시작했다
그것이 진실이든 거짓이든
드러나 겉으로 보이는 모든 것에 의미를 부여하고 생각하고 실망하고 분노하고 좌절했다
조금씩 그렇게 변해가는 내 모습을 느끼던 무렵부터 나는 블로깅에 재미를 붙였다
아이러니하지만
개인의 삶에 끊임없이 타인의 삶이 끼어든다
어떤 형태로든
바닷물에 모래가 쓸려 나가듯 조금 조금 겨우 정신을 차리고 집중해야 알아차릴 수 있는
난 내 삶에 타인들이 끼어드는 모습을 속수무책으로 바라보면서 생각했다
쇼맨십이 따로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을
보고자 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시작했고 기대하는 바를 채워주기에 급급해졌다
어느 순간 부터는 스스로도 그 판타지적으로 만들어진 형상을 나라고 여겼던 것 같다
외로움은 더해가고
끊임없이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새로운 인간상을 창조해내면서 웃고 떠들고 마시고 먹고
마음은 그저 헛헛해져오고 백화점에 가서 쇼핑을 하고 헬스클럽에서 땀을 뻘뻘 흘리고
이불에 파묻혀 책을 읽고 내가 좋아하는 그 자리에서 공부를 하고
핸드폰을 하루종일 꺼두었다가 가끔 켜보기도 하고
들려오는 소식에 정신을 잠시잠깐 놓았다가 다시 추스리기도 하고
그렇게 시간은 흐르고
난 진짜 진짜 진짜로 진실하고 한결같은 사람들이 주위에 남아 있기를 소망한다
나부터 그래야겠지만서도
웃는 얼굴 사이로 겹쳐 보이는 탐욕스러운 눈자위에
남모르게 주먹을 쥐는거 이제 그만하고 싶어진다
영악스러운 감정도 안녕하고 싶고
알고 지내는 모든 사람과 뜨거울 순 없겠지만 최소한 차갑고 싶진 않았는데
사실 뜨거운 관계는 늘 불안하니까
난 한겨울에 눈보라가 몰아치는 날씨에 외출을 끝내고 들어와 꽁꽁 언 손을 밀어넣어 녹일 정도의
온도면 충분하다 그런데 그 온도를 유지하는 것 자체가 너무 힘이 든다
언젠가 그냥 그 어떤 공휴일 아침 그녀와 브런치를 간단히 먹고 산책을 하다 미술관에서
전시를 보고 나와 커피를 한 잔씩 했던 그때 그 날 처럼
그날의 기분 처럼
잔잔하면서도 편안한 기분이 지배하는 관계가 늘어났으면 좋겠다
사람의 감정이라는 게 정말 웃긴다
때로는
그 사람 자체의 어떤 성질 때문이 아니라 그 특정인을 둘러 싸고 일어나는 여타의 사건들에 대한
나의 감정 즉 그 다른 사건들을 바라보는 나의 어떠한 상황과 특정한 견해 때문에
사람 자체에 대한 호불호가 극명하게 엇갈리고 뒤바뀌기도 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같은 사람을 두고서도 어떤 때는 참 좋고 고맙다가도 어떤 때는 구질거리고 싫다
언제나 주체는 나라는 것이 웃기다
나의 입장이 우선시된다는 것이 부끄럽다
우리는 누구에게 힘을 주는 존재이기도 하지만 힘을 앗아가는 존재이기도 하다
그 모든 것은 혀에서 비롯되기 마련이고
혀를 감고 돌아 나오는 말이란 건 정말이지 신기하다
거의 완벽한 조직체계를 갖춘 인간이라는 존재를 이 말이 죽게도 살게도 만든다
늘 딜레마에 빠지는 관계가 있다
난 그래서 그 관계가 불안하고 싫다
자신의 상황에 따라 나에 대한 신뢰 여부가 옮겨가는 사람에게 이제 어떤 믿음도 주기 어렵다
오늘은 광주천변을 열심히 달렸다
뜨거운 햇빛이 내리쬐는 습하고 무더운 날씨였지만 검은 색 트레이닝복을 차려입은 나는 열심히 달렸다
귀에 꼽은 엠피쓰리에서는 Rancid의 Roots Radicals 등의 스카펑크가 무한반복되고 있었고
나는 빠른 고음으로 전달되는 노랫말에 귀를 기울이면서 광주천을 바라보았다
마침 해가 지고 있었고
광주천은 조용 조용 붉은 빛으로 물이 들어가고 있었다.
비둘기들이 목을 적시기 위해서인지 광주천 주변으로 날아들었다.
나는 순간적으로 손을 들어 안녕 이라고 크게 소리치고 싶은 욕구가 솟구쳤지만 꾹 눌러 참았다
영화도 연극도 드라이브도 그녀의 얼굴을 보고 목소리를 듣는 것도
내가 좋아하는 모든 것들도
꾹 참았다
대리석 벤치를 뒤로 하고 허벅지에 묻은 먼지를 털며 일어난 나는 가만히 서서 커다란 빌딩을 바라보았다
높고 차가워 보이는 빌딩의 표면에
꺼져가는 태양빛의 마지막 간절함이 반사되어 눈이 부셔왔다
나를 움직이는 것 나를 살게 하는 것은 무얼까 생각해보면 그것은 늘 성취감이었다
목표를 정하고 이뤄냈을 때의 그 감격으로 살고 살고 살았다
그렇기에 모든것이 점차 가라앉으며 안정 되어가는 듯한 외로운 일상이 이리도 지리한걸까
또 하루가 지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