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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진타오 체제 중국의 대 한반도 정책

 세계의 경찰임을 자부하며 수십년간 독보적인 위치를 구사한 미국 중심의 세계질서가 잇따른 전쟁과 자기 중심적인 행보로 인한 세계인의 불신으로 분열의 위험을 보이고 있다. 그리고 미국에 대응할 나라가 중국이라는 지식인들의 예측에서 나온 말들을 중국의 비약하는 경제와 거대한 시장력이 뒷받침 해주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권력은 총구에서 나온다”는 마오쩌둥의 유명한 말은 그의 뒤를 이은 지도자들에게 예외 없이 거쳐 지나가고 있는 듯하다. 2004년 9월 19일, 중국공사당 전당대회의 폐막과 함께 장쩌민은 당의 군사중앙위원회 주석직을 후진타오에게 이양하면서 당·정·군의 3권체제의 정비가 종결되었고, 이로써 후진타오는 명실상부한 중국 최고지도자의 자리에 올라 권력이양의 과도기 체제가 종결되었다. 이제 후진타오는 자신의 가치관과 대외관을 중국 외교에 반영 할 수 있는 위치에 올랐다.

 그렇다면 후진타오의 권력승계 이후의 중국은 어떻게 나아갈 것인가. 먼저 후진타오의 권력승계가 시작된 제 16차 전국인민대표대회를 살펴보자면 이것은 당사에 길이 남을 역사적 회의가 될 것이다. 창당 81년 동안 당장의 앞머리를 장식해 온 '중국 공산당은 중국 노동자 계급의 선봉대' 라는 자본주의가 아닌 사회주의 주도의 이념적 표현은 16대를 계기로 공식 폐기되었고 이제는 자본가까지 포용하게 되었다. 비록 그동안 중국이 문을 조금씩 열면서 사회주의식의 계획경제에서 개혁 개방으로 이행 해오기는 했지만 이번에야말로 WTO에 가입했을 때보다도 확실한 자본주의 경제에의 동참을 선언한 것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당장이 변화되는 시점에서 새로운 지도부로 떠오른 후진타오의 중국은 어떤 모습을 향해갈 것인가가 큰 관심사로 떠오르게 된다. 후진타오를 비롯한 중국의 4세대 지도자들은 거의 명문대 출신으로 경제발전 등을 강조하는 기술관련 출신들이다. 따라서 그들은 제 16대 당정에서 발표했듯이 자본가까지 포용하는 정치체제로 경제발전에 가속을 가하고 중국의 경제를 끌어올리는데 온 힘을 다 할 것이다. 또한 이들은 개혁 개방 시대의 고도성장과 그에 따른 중구의 국력신장을 바탕으로 국제 사회에 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그에 합당한 지위와 영향력을 요구하려고 할 것이다.

 또 한가지, 우리는 후진타오의 신 지도부가 앞으로 대 한반도 정책에 관해서 어떠한 모습을 보여줄 것인지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후진타오의 대외관과 외교적 가치관은 무엇인지 살펴보자. 장쩌민의 그것이 이념을 강조하는 실용주의 외교였다면, 후진타오의 경우는 국익위주의 외교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정책의 일관성과 지속성이 강조되는 중국 공산당의 통치방법의 특성을 감안하면, 후진타오 정부는 기본 외교정책의 기조와 전략을 계승하면서 이를 계속 견지해 나갈 것이라고 전망할 수 있겠다.① 중국 경제의 향후 20년 동안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한 총체적 평가에 근거한 중국의 대외정책의 기조와 전략을 보더라도 장쩌민시대의 범주를 크게 벗어나지 않고 있다. 그 이유는 후진타오정부 구성원들의 출신배경, 인맥 구도와 시대적 배경 면에서 장쩌민정부의 관료들과 크게 다를바가 없기 때문이다.② 하지만 장쩌민의 시대와 후진타오의 시대가 다른 만큼, 국내외의 정세에 따라 때로는 조정이 불가피 할 것으로 보인다. 즉, 후진타오정부의 외교정책의 기본 원칙은 덩샤오핑에 의해 세워지고 장쩌민의 계승·발전시킨 범위에서 이루어질 것이고, 이를 수반하고 정책과 전략은 국내외 정세의 변화에 따라 우선 순위의 변동이 있을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북핵의 핵 도발 등 한반도 정세가 어려운 지금 후진타오의 대 한반도 정책은 어떤 양상을 띠게 될까. 앞으로 대 한반도 정책 역시 중국 특유의 실용주의 노선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을 것으로 생각된다. 비록 중국과 북한의 관계가 피로 맺은 동맹국이라고 하지만 함께 전쟁을 치르고 동일한 체제의 동지애를 가진 제 3세대와는 달리 제 4세대 지도부들은 북한=혈맹이라는 정서적인 유대감은 묽어졌음이 사실이다. 그리고 제 16차를 통해 출범한 후진타오 체제의 신 지도부들은 대부분 외교경륜이 부족한 인물들이라는 한계점이 있기 때문에 그로 인해 제 3세대 원로들의 힘에 다소 의존해야 함으로써 현재의 외교노선이 유지될 수 밖에는 없게 된다.

 또 북핵 문제로 인해 보다 중재자로서 중국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으며 WTO에 가입함으로 전면적인 개혁, 개방에 나선 중국으로서는 같은 체제의 북한만큼이나 남한과의 경제적 교류가 중요하기 때문에 최대한의 중국의 이득을 위해 “남북한 공존을 바탕으로 한 한반도의 평화 유지” 라는 큰 틀은 유지 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몇 해 전 장쩌민 주석이 김정일 국방 위원장에게 “약속을 지키지 않는 것은 예의가 아니다”며 남한의 답방을 권유한 것이나 한반도의 긴장 때마다 앞장서서 ‘대화의 필요성’을 북한에 설득하고 나선 것은 북한에 가장 가까운 국가로서 북한을 통해 한반도 조정자의 위상을 확보하는 것 또한 그러한 중국의 이익을 위한 외교정책의 하나일 것이다. 이러한 여러 가지 상황들을 종합해 볼 때 중국의 대 한반도 정책의 방향은 이전과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예측하게 된다. 그러나 한편으로 중국은 최소한 자국의 주변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위한 정책을 추진하는 나라로서의 이미지 제고 차원에서라도 ‘북한 핵 문제’나 ‘탈북자 문제’ 같은 예민한 문제에 대해 예전과 같이 당사국 해결원칙을 견지하는 입장을 더 이상 취할 수 없고, 상당히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일 것이다.③

 마지막으로 중국은 인구와 영토 그리고 역사 등, 어떠한 면에서도 무시할 수 없는 위치를 가지고 있다. 이는 사회주의 이념으로 통솔되는 나라임에도 불구하고 개혁 개방을 통해 성공적인 경제 성장을 이루어 내고 있는 것을 보아서도 미국과 일본 등에 제기되는 ‘중국 위협론’은 과장이 아닐 것이다. 이미 후진타오의 제 4세대 지도부는 출항을 하였고 예전과 같은 황태자의 권좌에서 떨어지는 위험성도 없지는 않지만 안정감을 가진 듯하다. 더 이상 사회주의 국가가 아닌 중국은 실리주의, 실용주의를 표방하며 얼마 전 또 배를 바꾸고 앞으로 앞으로 항해를 시작한 것이다.

 중국의 일은 바로 이웃에 위치한 우리에게는 남의 일이 아니다. 후진타오 체제의 출범과 비슷하게 우리나라도 새로운 대통령으로 새로운 체제가 출범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럼으로 우리는 새로운 체제들이 외교를 시작할 것이다. 얼마 전 중국이 미국을 제치고 우리의 최대 무역국으로 떠오른 이상 우리 또한 실리중심의 제 4세대 지도자들에 맞추어 외교정책을 다시 한번 정검해야 할 때이다.

 민족 국가인 북한에 동일한 이념으로 한발을 걸치고, 경제 교류국인 남한에 또 한발을 걸친 아슬아슬하지만 그동안 성공적이었던 외교정책을 수행하고 있는 중국은 우리에게 적이 될지 아군이 될지 판별하기가 힘든 상황이다. 더군다나 한국은 주변에 세계적으로 힘을 가진 4강, 즉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에 둘러싸여 있어 북한문제와 더불어 한반도는 또 한번 그들의 힘 겨루기의 시험장이 될 수도 있는 현실이다. 또 어느 신문에 기고된 지식인의 말에 따르면 이 4강은 이념보다 자국의 이익을 최고 우위에 두는 지도자들로 (미국의 부시 대통령, 일본의 고이즈미 총리,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 중국의 후진타오 주석)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이들은 모두 한반도에서의 영향력을 눈독들이며 상호 경쟁과 견제가 심해지고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이제 시작된 21c 강대국들의 힘 겨루기에서 희생물이 되지 않으려면 그들 사이의 상호 경쟁, 이를테면 중국의 동남 아시아에서 일본 견제와 미국과 일본이 중국의 커지는 경제에 대한 견제와 같은 것을 잘 활용해 현명하게 대처해가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느 정도의 자율성을 가지고 우리 한반도의 문제를 구체적으로 해결해 갈 수 있을 것이다.




① 중국 지도부가 이른바 ‘제3세대’에서 ‘제4세대’로의 전환, 구성원의 ‘연경화(延經化)’와 ‘전문화’, 그리고 세대교체(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과 중앙정치국의 교체율이 각각 80%와 60%)가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정책을 실질적으로 수행하는 국무원의 인사개편은 불과 50%의 교체율에 지나지 않아 제3세대지도부의 정책을 계승할 수 있다고 평가되고 있다. 전성흥, “중국 16차 당대회에 대한 서설적 평가:주요 쟁점과 시각을 중심으로, [新亞細亞] Vol. 10. No. 1 (Spring 2003), 6쪽; 조영남, ”중국 ‘제4세대’ 지도자의 등장과 엘리트 정치,“ [계간사상], 2003년 가을호, 38쪽 등 참조

② 첫째, 후진타오정부의 핵심 지도부가 장쩌민 세력 또는 상해파 출신이라는 점이다. 둘째, 제4세대 지도부는 장쩌민 중심의 제3세대 지도부와 같이 대부분 기술관료(technocrats)이다. 공산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 9명 모두가 기술관료이며, 중앙정치국의 85%가 기술관료 출신이다. 국무원의 경우, 기술관료가 전체의 56%를 차지하고 있다. 조영남, “중국 ‘제4세대’ 지도자의 등장과 엘리트 정치,” 36-37쪽 참조

③ 중국이 북한 핵문제 해결과정을 통해 책임국가로서의 국가이미지를 개선한다는 주장에 대해 Samuel S. Kim and Tai Hwan Lee, "Chinese-North Koean Relations: Managing Asymmetrical Interdependence," in Samuel S. Kim and Tai Hwan Lee, ed., North Korea and Northeast Asia (New York: Rowman & Littlefield Publishers, Inc., 2002), p. 110 참조




* 참고 자료

- 외교통상부·조선대학교 공동기획 안보학술회의에서 주재우 교수(경희대학교)님이 발표한 ‘후진타오체제의 대외전략과 한반도’ 논문
- 후진타오와 한반도 문제의 전망 - 작자 미상
- '뉴 차이나 리더 후진타오' - 한국 경제 신문에서 발간
- 세계일보. 동아일보 등의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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