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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주절주절

악순환의 순환






지금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전 세계 경제 문제를 들여다 보면, 좀 산다 하는 나라(국민들의 소비 수준이 높은 나라) 중에서 국가가 경제에 깊게 개입하지 않는 나라의 대다수는, 모두 글로벌기업이나 대기업, 초기 투자 자본 규모가 큰 업체들이 시장을 잠식 해가면서, 소규모 업체나 자영업자들이 줄줄이 도산을 하고 파산신청을 하는 일들이 태반이다.

멸망기의 로마와 같은 증상들이 나타나고 있다. 정부 지출도 전 세계적으로 증가하는 추세고, 가계 지출은 교육비(우리나라는 특히 더), 의료비(수명 연장), 여가생활비(삶의 질 향상), 식재료 및 생활 필수품 가격 향상(원자재 값 상승 + 환경 보호 명목의 유기농/비싼 제품들 유행 -> 특히 유럽) 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데, '국가 경제가 위기다~' 이런 식의 우려 섞인 목소리가 높아지면 잠시 주춤하다가도, 가계 지출은 금새 또 흥청망청으로 돌아간다.

인간은 잘 살았던(소비 수준이 높아 펑펑 썼던) 과거 지출 수준으로 자꾸 돌아가려는 탄성적 소비 습관을 가지고 있고, 위기 이후에는 살아 남기 위해서(생존본능) 자기 자신이나 자녀들에게 더 투자를 하는 습성이 있다. 때문에 사교육비 아무리 때려잡으려고 해봐야, 국가 경제가 위기라는 신호가 계속 깜박거리면 부모들은 교육비에 쓰는 지출 절대 안 줄인다. 자기 새끼 굶어죽게 만들진 않을테니까. 문제는 그렇게 전재산 쏟아 넣고 빚까지 내서 아이 엘리트 공부 시켜봐야, 대다수가 지금의 경제 구조나 정치 구조를 '유지' 하는데 투입된다는 거다. -_-
 
글로벌 기업 입사해서 소비자들 '소비심리' 자극해서 등꼴 빼먹는 일을 하게 될테고, 결국 글로벌 기업은 더 뛰어난 인재들을 끌어 모아 자사의 이윤을 추구하는 데에 모든 전문 인력을 넣을테고, 결국 자식들은 기업의 일꾼이 되서, 자기 부모 세대의 영세 업체들을 공격하는 거다. 그렇게 돈을 번 기업들은 새로 급부상하는 중소기업들 기술 빼가고, 인력 빼가고, 국회의원이나 정부 행정관료들 로비해서 특혜 얻어내고 그딴 식으로 돈을 가지고 있는 놈이 돈을 쭈욱 쭈욱 빨아들이는 구조가 더 가속화된다는 거지..

나라가 그렇게 악순환을 반복하고 있으면, 국민들은 더 정치적, 경제적 지식을 갖추고 비판 할 건 하면서 제동 걸 것에 제동을 잘 걸어줘야 하는데, 살기 어렵다 어렵다 하면서도 정작 뒤 돌아서는 뼈빠지게 일 해서 자기 자식 학원 보낸다. 남들처럼 그럴 듯한 회사 다니면서 돈 좀 꽤 버는 엘리트 만들려고.. 그 아이들은 또 기업이나 정부를 위해 일하게 될테고. 영세업자들은 또 몰락하겠지. 기업은 쓸만한 인재들한테서 뽑아 낼 거 다 뽑아내고 내면 짤라버리면 그만이다. 더 똑똑하고 육체적으로 젊고 힘 있는 어린 세대들을 다시 채용하면 되니까.

그 아이들 취업 어려워서 작은 회사 다니며 경력 쌓았다가, 이제 좀 손에 일 붙어서 할 만 해지면 경력직이라는 이름으로 복지 좋고 연봉 높은 회사 옮겨간다. 작은 회사들은 거기서 또 타격을 입고, 요즘처럼 촛불 집회다 뭐다 떠들썩해서 운송 파업 걸리고 뭐하고 변동이 생기면 역시 자금 조달이나 운용이 자유롭지 못한 작은 회사들부터 도산 혹은 사업 중단하기 일쑤고. 그럼 시장에서 막강한 권력과 시장 지배력을 거머쥔 대형 기업들은, 밀가루 가격 조금 오르고 기름 값 조금 오르면 '이때다~!' 해서 주루룩 가격 올리고, 소비자들 피 빼먹는다. 또 남들이 불경기라서 투자금 아껴가며 겨우 겨우 장사할 때, 대기업은 축적해 두었던 돈 꺼내서 재투자 한다. 상점 더 늘려서 남아 있는 업체들까지 싹 청소하고, 매장이나 디스플레이 세련되게 해서, 그때까지 소비능력을 상실하지 않은 중산층 이상 능력 있는 사람들 대상으로 장사를 여전히 하고 있겠지.

'촛불시위 하다가 국가 경제가 더 엉망이 되었다. 촛불시위 떄문에 그 지역 상권 엉망 되고, 운송 파업 때문에 경제 타격 크다.' 물론 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우리 경제의 문제 나아가 전 세계 경제의 문제는 그보다 더 복잡하고 다양한 원인들을 안고 있다. 정보통신의 발달로 부자들의 생활상이 그 어떤 시대보다도 더 많이, 더 빠르게 일반 서민들에게 보여지고 있다. 복지가 잘 되어 있는 일부 유럽 국가들이나, 아예 정보통신이 발달하지 않아서 부유하게 사는 삶을 모르고 사는 원주민들 아니면, 대다수 국가들이 빈부격차로 시름을 하고 있습니다. 지금 '좌파'라는 단어 써가면서 사회주의 비판 하고, 경제 성장 위주의 정책이 영원한 진리인냥 떠드는 사람들 말에 현혹되면 안되는 상황이다. 사회주의가 왜 생산성이 낮아졌는데? '사유 재산이 없다, 우리 모두의 재산 공동의 재산이다' 이 발상 떄문에 인간이 가지는 노동에 대한 동기부여가 부족해서 생산성이나 효율성이 낮아졌기 떄문에 사회주의 국가들이 더 가난하게 살았던 거다. 그래서 자본주의의 승리다, 이게 진리다, 이런 분위기가 과거 몇십 년 간 득세했었다.

하지만 21세기를 넘어서는 그런 걸로 사회주의를 비판 할 수가 없다. 보라. 인간들이 곡괭이 지고 나가서 농사 짓고, 공장에서 수동 조립하던 때가 언제냐 대체.. 60~70년대잖아. 90년대 이후로 IT 기술 발달 급속히 이루어져서, 이제 왠만한 대형 이제 본격적으로 최첨단 산업 로봇들이 더 발전해서 등장할텐데, 기계 돌리는 소수의 근로자들 빼면 대부분 일자리 잃는다. 그 일자리 잃은 사람들은 뭐 먹고 사나? 국가가 구제해 주지 않으면 손가락 빨다 죽겠지. 국가가 구제 해주려면 세금도 많이 걷히고, 부자들이 자의적으로 사회 환원도 하고 해야 되는데, 지금처럼 소수가 부를 독점하고 있는 상태로, 끝까지 경제 위주 정책을 펴야 기업이 살아나고 인류가 풍족해진다고 헛소리 해대면 문제 절대 해결 안된다.

어떤 잘난 대통령을 뽑아도, 국민의 의식이 바뀌지 않으면, 경제 살아나기 힘들다. 죄다 기업의 일꾼이 되기 위해서, 취업에 유용한 지식만 쌓고 있는데, 이런 난관을 헤쳐나갈 뛰어난 지혜나 통찰력은 어디서 얻나? 모두 돈 버는 기계, 기업의 충성스러운 일꾼으로만 전락하고 있는데, '인류의 새로운 시스템, 새로운 생존 조직' 이런거 누가 하나.

지금 10대~20대 초반 젊은 세대가 듣는 가요 '가사'들부터 한번 살펴봐라. 사회 비판 의식이 담겨 있는 노래는 찾아 볼 수가 없다. 물론 이것은 CD 판매량이 줄면서 나타난 현상이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요즘 젊은 사람들은 기성세대가 만들어 놓은 경쟁 위주의 자본주의에서 살아남기 위해 스펙을 갖추는데만 열심히지, 무엇을 개혁하고 바꿀 것인지에 대해 힘이 없다.

이성을 유혹하고, 자기 외모나 힘을 과시하고, 행복하게 살고 있는 모습을 남들에게 있는 그대로 공개하는 그 모든 소비지향적 생활 양식들의 이면에는 생존이 불투명한 인간들이 갖는 근원적 두려움이 담겨 있다. 더 튀어야 돼. 더 잘나야 돼. 그래서 내가 더 많은 인기/호감/관심을 끌어서 생존 수단을 확보해야 돼. 본능만 남은거다.

조금 더 진행되면 이미 때는 늦어버린다. 엄청난 자본을 끌어 모은 사람들이 군사력을 확보한다던가 그런 일이 발생하면, 그떈 촛불 들고 광장에 모여봐야 학살 당하지 않으면 다행이지.. 인구가 90억을 향해 치닫고 있는데, 경제력 잃고 국가제도나 부자들의 선행에 기대는 무가치한 존재들이 많아지면, 인간의 존엄성이고 뭐고 어딨겠냐. 잉여 인간들 그냥 다 죽이고 말지. 쩝..

근시안적으로, 지금 당장 국가 경제 흔들거리는 거에 '위기의식' 느껴서, 정부가 말도 안되는 부자 위주의 정책들 펼치는데도, 가만히 있지 좀 마라. 자영업자들, 재래시장, 오프라인 소규모 상점들 줄줄이 파산인데 지금 상황이, 기업이나 부자들이 끌어 모아간 돈 더 빼도 시원찮을 판에, 도리어 '경제성장촉진'이라는 명목 하에 세금 풀어주고 그러고 있잖아. 그린벨트 풀어주고 그러는데.. 80~90년대식 경제이론을 가지고 두뇌를 맞대고 있다는 게 한심할 뿐이다. 사회분배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에게 '가난해서 니가 그런 걸 주장하지' 이런 소리 하는거 당연하다.

가지지 못한 자가 위기의식을 느끼지, 이미 가질 만큼 가져서 지구가 종말 할 때까지 끄떡 없는 부자들이 무슨 두려움이 있어서 사회를 개혁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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